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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실력도 논술 실력이다

초록느낌 2010. 9. 26. 20:49

요약 실력도 논술 실력이다

요약 실력도 논술 실력이다
 
[김재훈의 논술교실] 은근히 어려운 요약하기 논술
10.09.10 18:23 ㅣ최종 업데이트 10.09.10 18:23 김재훈 (sunmoon8)

[문제] 다음을 500자 내외로 요약하시오.
 
 인간의 모든 행위와 선택은 어떤 좋음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세상 만물이 좋음을 추구한다는 규정은 온당하다. 좋음은 분야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을 띤다. 의술이 추구하는 좋음과 병법이 추구하는 좋음이 다르듯 기술마다 고유한 좋음이 존재한다. 각각의 좋음이란 그것을 위해 행위와 선택이 수행되는 것을 일컫는다. 가령 의술의 좋음은 건강이고 병법의 좋음은 승리이며 건축술의 좋음은 집이다. 분야마다 다른 행위와 선택을 통해 추구되는 목적이 곧 좋음이다. 인간은 그 목적을 이루고자 노력한다. 따라서 좋음은 행위로 성취되는 모든 목적일 것이다. 그런데 목적은 여러 가지이고 그중 어떤 목적은 다른 목적을 위해 선택된다. 따라서 모든 목적이 다 완전할 수 없지만 최상의 좋음은 분명 완전한 그 무엇이다. 만일 어떤 하나만이 완전하다면 그 하나가 우리가 찾는 것이겠다. 여럿이 완전하다면, 그것들 중 가장 완전한 것이 우리가 찾는 것이겠다.
  우리는 그 자체로 추구되는 것이 다른 것 때문에 추구되는 것보다 완전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언제나 그 자체로 선택될 뿐 결코 다른 것 때문에 선택되지 않는 것이 완전하다. 그 무엇보다도 행복이 그렇게 완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행복을 언제나 그 자체 때문에 선택하지 다른 무엇 때문에 선택하지 않는다. 인간의 기능을 이성에 따른 영혼의 활동이라고 한다면, 인간적인 좋음은 훌륭함에 따른 영혼의 활동이고, 그 활동 자체가 곧 행복이다.
  물론 행복은 외적인 좋음도 필요로 한다. 일정한 뒷받침이 없으면 고귀한 일을 행하기가 아예 불가능하거나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좋은 태생, 훌륭한 자식, 준수한 용모와 같은 요소가 결핍되면 지극한 복에 흠집이 나기도 한다. 행복에는 그런 요소들이 더해져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행운이 행복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행복은 배움, 익힘 등과 같은 인간의 활동을 통해 획득되는가, 아니면 신적인 운명이나 우연에 의해 생겨나는가? 신들이 인간에게 선물을 준다고 한다면, 행복 또한 신들의 선물일 수 있다. 그러나 행복이 신들의 선물이 아니고 모종의 배움이나 익힘을 통해 생긴다 하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인간 안의 신적인 것들 중 으뜸일 것이다. 행복은 훌륭함에 따른 인간 영혼의 활동이므로 인간의 행위로 성취되거나 소유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소나 말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동물은 행복을 추구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 또한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어린이는 나이가 어려서 아직 그러한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행복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미래의 행복에 대한 희망을 말한 것일 뿐이다.
  행복하려면 완전한 훌륭함뿐 아니라 완전한 생애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생 동안 많은 변화와 갖가지 우연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로이아 전쟁의 프리아모스처럼 가장 성공적으로 살던 사람도 노년에 엄청난 불행에 빠진다. 그렇다면 인간들 중 누구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고, 솔론의 말처럼 삶의 끝을 보아야만 하는가? 인간은 죽은 다음에야 행복해질 수 있는가? 물론 솔론이 한 말의 본뜻은 인간은 죽어서야 비로소 온갖 악과 불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논란의 소지가 여전히 남는다. 자손들의 번성과 불운처럼 죽은 사람에게도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생길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노년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복되게 살고 이치에 맞게 삶을 마감했다 하더라도 그의 자손들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많은 우여곡절이 일어날 수 있다. 그 자손들 중 일부가 좋은 사람으로서 가치 있는 삶을 누려도 다른 일부는 그와 반대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만약 죽은 사람까지 자손들의 이 같은 우여곡절에 함께 휘말려 어떤 때는 행복하다가 어떤 때는 도로 비참하게 된다면,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후손들의 일이 조상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의 주변을 돌고 도는 갖가지 운수 때문에 행복한 사람이 이내 비참한 사람이 되어버린다면, 그는 필경 '기반이 취약한 사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운에 따라 인간의 행복 여부를 판단해도 좋을까? 인간이 운에 의해 잘되고 잘못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운이 인간적 삶에 더해질 뿐이다. 훌륭함에 따르는 활동이 행복이고, 그 반대의 활동은 분명 불행을 불러온다. 그러나 추가되면 좋을 것이 추가되지 않는다 하여 행복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것들 중 훌륭함에 따르는 활동만큼 안정성을 갖는 것은 없다. 그 활동은 학문적 인식보다 더 지속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극히 복된 사람들은 그 활동을 누리며 가장 연속적으로 그들의 삶을 이어간다. 그러한 활동에 대한 망각은 그래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많은 일이 우연에 따라 일어나며 일의 크기에도 차이가 있다. 작은 행운은 작은 불운과 마찬가지로 삶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다. 좋은 쪽으로 큰 일이 많이 일어난다면 더 큰 복을 누리는 삶이 될 것이다. 그 일들이 삶을 아름답게 꾸며주기 때문이다. 반면 나쁜 쪽으로 큰 일이 많이 일어난다면 지극한 복을 짓눌러 상하게 한다. 그 일들이 삶에 고통을 불러오고 많은 활동들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성이 고귀한 사람은 그러한 불운들을 침착하게 견딘다. 그가 고통에 무뎌서가 아니라 고결하고 의연한 성품의 소유자이기에 그럴 수 있다. 인간의 삶에서 훌륭함을 따라가는 영혼의 활동이 결정적인 것이라면, 지극히 복된 사람들 중 누구도 비참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모든 운을 품위 있게 견디고 어떤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한 가장 훌륭한 행위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훌륭한 장군이 주어진 부대를 전략적으로 가장 적절하게 꾸려가고, 좋은 제화공이 자기가 가진 가죽으로 가장 훌륭한 구두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행복한 사람은, 물론 프리아모스가 당한 것과 같은 비운이 덮친다면야 지극히 복될 수는 없겠지만, 결코 비참하게 되지는 않는다. 행복한 사람은 실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운수는 이리저리 몰아치며 변화무쌍한 얼굴을 드러내지만, 완전한 훌륭함에 따라 활동하는 사람은 늘 그의 삶에서 가장 좋은 것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특정한 기간만이 아니라 그의 온 생애에 걸쳐 행복하다.
 
어떻습니까? 한번 읽고 이 글이 시사하는 바를 잘 파악하셨나요? 단번에 파악했다면 학생은 대한민국 수험생중 상위권일 것입니다. 자! 잘 파악이 안된 사람은 다시한번 읽어봅시다.
 
두번째 읽으니 이제 감이 잡힙니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니, 이 글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요약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세번째로 다시 읽습니다. 이제 이 글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문단별로 들어옵니다. 이 글의 논점은 이런 것 같아 적어 봅니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좋음을 목표로 한다 -> 목적중에서 그 자체로 추구되는 것이 완전하다 -> 우리는 행복을 언제나 그 자체 때문에 선택한다 -> 행복의 외적요소와 행운 -> 행복은 인간의 행위로 성취되는 것 -> 온 생애에 걸친 행복 -> 훌륭함에 따른 활동은 안정적이다 -> 본성이 고귀한 사람은 작은 행운이나 불운에 흔들리지 않는다 -> 완전한 훌륭함에 따라 사는 사람은 온 생애에 걸쳐 행복하다.
 
이렇게 중요한 문장들을 추출하여 순서대로 써보니 요약이 한결 쉬워졌습니다.
 
<요약>
모든 인간 행위의 선택은 좋음을 목표로 한다. 이 좋음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그러나 다른 것을 위해 사용되는 외재적 목적이 아닌 그 스스로를 위해 추구되는 내재적 목적이 훌륭하다. 그 예로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을 들 수 있다. 우리는 행복을 그 자체를 위해서 선택하지 다른 무엇을 위해 선택하진 않는다. 이러한 행복도 외적인 조건이 갖추어져야 더 잘 추구되어질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행운을 행복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행복은 훌륭함에 따른 인간 영혼의 활동이므로 신들의 선택으로 주어지는 행운과는 다르다. 또 행복이 완전한 훌륭함뿐 아니라 완전한 생애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사후에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것들 중 훌륭함에 따르는 활동만큼 안정성을 갖는 것은 없다. 이 훌륭함은 자그마한 행운과 불운에 흔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완전한 훌륭함에 따라 사는 사람은 늘 그의 삶에서 좋은 것을 추구하므로 그는 온 생애에 걸쳐 행복하다.
 
이 정도 요약하면 커트라인은 통과할 수 있겠다. 논술 시험과 논술 대회는 다르다. 논술 대회는 전국에서 1등을 먹어야 의미가 있지만 논술 시험은 합격선의 통과가 중요하다. 논술 문제는 여러개로 되어 있는데, 요약하기 논술의 경우 가장 점수가 작기 때문에 빨리 요약한 다음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재치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요약해서는 곤란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