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숨비기꽃 사랑 / 송수권

초록느낌 2010. 9. 23. 23:50



칠월의 제주 바닷가 숨비기꽃  
숨비기꽃 피어나면  
섬 계집들 사랑도  
피어나리  
작열한 햇빛 입에 물고  
전복을 따랴, 미역을 따랴  
천 길 물 속 물이랑을 넘는  
저 숨비기꽃들의 숨비소리  

아직 바다가 쪽빛이긴 때이르고  
오명가명 한 소쿠리씩  
마른 꽃을 따다가 베갯솜을 놓는  
눈을 끝에 비친 사랑아  

그 베개 모세혈관 피를 맑게 걸러서  
멀미 끝에 오는 시력을 다시 회복하고  
저승 속까지 연보라 燈을 실어놓고  
밝은 눈을 하나씩 얻어서 돌아가는  

시집갈 땐 이불 속에 누구나  
藥베게 하나씩 숨겨가는  
그 숨비기꽃 사랑 이야길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