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늘, 혹은 때때로 - 김춘수

초록느낌 2010. 1. 30. 23:48

늘, 혹은 때때로
                                    김춘수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절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 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 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내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