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은행나무 [박철]

초록느낌 2009. 11. 19. 17:01

 

 

 

 

 

 

정말 그립다면 발걸음조차 떨어지지 않겠지요

이역(異域)이라고는 영 딴전 필 겨를이 없어서

발바닥 붙은 자리 동동 다지며 내 발걸음만 바라보겠지요

오히려 지나는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거나

잠시 세워둔 쇠잔한 자전거의 연인이 되겠지요

지친 자전거가 말을 걸겠지요

ㅡ 어둠을 뚫고 달려가는 자동차의 심장은 무엇인가

ㅡ 당신은 왜 그러고 섰는가

그러면 나는 나의 묶인 발을 바라보다

그냥 노오란 고개를 저어 보이며 미소를 띠겠지요

ㅡ 오지 않는 너의 주인에게 물어보렴

 

 

 

 

 

 

 

 

불을 지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