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오후 네 시의 미술관 [김남호]
초록느낌
2009. 10. 21. 16:44
OFF를 누르자 번쩍, 꽃이 피네
빗질을 하면 할수록 헝클어지는 차선들
하나를 버리면 열이 늘어나는 선택들
중심을 놓친 시계가 얼떨결에 가리키는 곳은 농구골대였네
기억을 털어내려고 머리통을 던지는 아이들
던지면 던질수록 직경이 줄어드는 시계들
내가 모르는 것은 오후 4시뿐이 아니었네
9시 뉴스보다 더 추악한 노래들
수목드라마보다 더 끈적거리는 악수들
방금 켜진 들판에서 누우 한 마리가
상한 비프스테이크를 낳고 있네
입맛을 잃어버린 하이에나들
포크를 움켜쥐고 빙빙 도는 독수리들
한번도 뜬 적 없는 눈이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어젯밤에 죽은 사내가 떠듬떠듬
오늘의 운세를 읽고 있네
-링 위의 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