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문동만]
아내와의 싸움이 길다
비가 라일락을 덮치며 쏟아진다
꽃은 공중에 뿌린 제 향기를 거둬 땅 밑의
외롭고 쓸쓸한 것들로 옮기는 참이다 다행이다
끝물의 꽃과 대찬 봄비는 참 좋은 합일이어서
나 없이도 세상 잘 돌아간다, 그걸 일찍 알아서 쓸쓸했다
네가 꽃을 떨구고 이파리를 세울 때
방바닥조차 바꿀 수 없는 이 무기력한 노동이,
이기지 못하는 술이, 먼저 심술난 개새끼처럼
짖어대는 내 심통이 다 싸움거리였던 게다
사는 게 어려운 날엔 늘 벌금이나 세금이 나왔고
깊이 잠들지 못했다, 다시는 가지 않을 술집을 전전했다
그러니 아내는 말라가며 나에게 저항했던 게다
먼발치 있는 너를 생각한다 너는 어둡고
따뜻한 모토(母土)에서 내 말을 들을 것이다
나는 결핍을 말하고 너는 낙화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저 비가 전령일게다
잠시 어두움이 우릴 말하게 했나보다
문동만 시집/ 그네
시집 뒤편의 해설을 보면 문동만 시인의 불운한 가족사를 그리고 있다고 했다.
시인은 모든 것을 시로 표현하고자 하나 보다.
이 시를 읽으면서 그런 가족사를 생각하기보다는
내 어렸을 때 집 뒤뜰에 심어져 있던 송이가 크고 붉은 다알리아 한그루가 떠오른다.
라일락이라고 시인은 말했지만 난 다알리아를 떠 올리는 이유가 뭘까.
여름날 크고 붉은 꽃송이를 대롱대롱 매달던 .
그것은 아마도 꽃을 사랑하시던 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그 알뿌리 식물을 해년마다 볼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의 사랑때문이리라.
다알리아와 해당화 는 내 유년의 추억을 곱씹어 준다.
누구나 시인이기를 바란다.
누구나 시인이 될 수가 있다.
해당화와 다알리아의 추억이 시인의 라일락과 함께
오버랩되어 사라진다.
올 여름에 넘 물을 많이 주어서 못내 깊은 나의 사랑은 뒤로 하고
15년지기 군자란은 작은 떡잎하나 남겨놓고 여름속으로 사라졌다.
지나친 사랑도 때로는 소멸하게 된다는 것을 ....
내게는 아름다운 추억인 것 같아 시인에게 미안할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