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소래에서 [문동만]

초록느낌 2009. 9. 17. 17:02

 

 

 

 

 

 

우리는 낮술에 취했다

경매장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암호를 듣다

두툼한 광어를 씹었다

젓갈처럼 곰삭혀지지 않는 그 무엇이 있어서

물이 들어도 떠나지 않는 폐선 곁에서

오래도록 술을 마셨다

탁한 밀물이 밀려오고 어선은 닻을 매고

찢겨진 부표 쓸려오는데 기차는 오지 않는다

 

망둥어같이 흔하고 싼 인생들이

열을 지어 철교를 건넌다

잿빛 거품은 폐선에서 부딪치며 떠보라고

한번 물길로 나서보라고

 

그러나 녹슨 것은 녹슨 대로 포구에서 늙어가리라

끊어진 길은 추억의 길일 뿐

 

돌게 한 마리 찻길에 올라와 서성거린다

곧추세운 눈을 따라

비틀거리며 만드는 길을 따라

우리도 걸었다

 

 

 

 

 

 

문동만 시집/ 그네/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