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오월, 뼈의 이름으로 [문동만]
초록느낌
2009. 9. 9. 17:49
나는 무덤보다 더 좋은 곳이
무덤 밖이란 것도 알고 있지
나는 빗물이 아니라 빗방울을 느끼고 싶었지
어둠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
뼈는 살 속에 있어야지
내게 살을 줘 거죽을 입혀줘
내 머리엔 총구멍이 아니라
어릴 적 놀다 부딪친 그 흉터만 있으면 돼
내 나이는 지금도 스물셋
애인, 애인이란 얼마나 황홀한 거야
난 기록을 위해 죽을 수 없지
그걸 참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아무도,
소리 없는 죽음, 순간의 죽음이 얼마나 억울한지
대검의 길이는 왜 그리 길었지
일 밀리미터씩 일 미리미터씩 밀려왔지, 아니 사실은
그렇게 계측할 수 없었어
백년의 아픔이 빛의 속도로 저며왔지
사르르 저며왔지
내 뼈가 보이니 내 퇴색된 뼈
부서진 머리, 어딘가로 사라진 내 머리 한 조각
*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