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직립의 뼈들 [문동만]
초록느낌
2009. 9. 9. 17:41
등 굽은 사내들은 축구공을 꿰맸다 골무를 끼고 기마자세로
한땀 한땀 육각형의 소가죽을 붙여 공을 꿰맸다
가끔 경마장을 찾아 일당을 날리고 두 갑의 담배를
재로 날리고 깊은 기침을 뱉어냈다
그들의 몸은 그들이 만드는 공처럼 오그라들었다
쪽창으로 본드 냄새 풍기는 햇살이 들면 니코틴으로 쌓은
치석을 보이며 "야야 사는 게 다 이렇지 어떻간?"
나는 그때 도넛이 되어 올라가는 담배연기의 허무와
묵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공을 꿰매지 않아도 되는
세계를 다 안다고 겁없이 말했던 것이다
그들의 등을 공처럼 차버리면 공처럼 굴러갈까
그들은 평생을 싸우는 사람들의 바깥에 살았고
살기 위해 비교적 비겁했다 둥근 품새로 견뎠다
나는 그들의 바깥에 살았던가 그래서 잘살았던가
내 등도 굽어간다 이 지상에 어떤 뼈들이 온전히 곧겠는가
하지만 휜 등뼈가 뼈의 전부가 아닌 것처럼
나도 당신들도 모든 뼈들을 보지 못했다
잠복한 직립의 뼈들을
*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