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저울에게 듣다 [문동만]
초록느낌
2009. 9. 4. 17:49
아버진 저울질 하나는 끝내줬다
파단 마늘단, 어머니 무릎팍에서 꼬인 모시꾸러미도
오차없이 달아내셨다 저울질 하나로 품삯을 벌어오던
짧은 날도 있었다 대와 눈금이 맨질맨질해진 낡은 저울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정확히 볼 수 있었던 건
그 눈금이 아니었나 싶다
내게 평을 맞추어 제 눈금을 찾아가는 일이란
아버지가 먹고살 만한 일을 찾는 것만큼 버거운 일이다
균형이란 무엇이고 치우침이란 무엇인가 그런 머리로
내 혼동의 추가 잠깐식 흔들린다
그러나, 저울을 보는 눈보다는
치우치는 무게이고 싶다는 생각
무게를 재량하는 추보다 쏠리는 무게로
통속의 추들을 안간힘으로 버둥거리게 하고픈
그 변동 없는 무게들을 극단으로
옮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벼우나 무거우나 역동의 무게로 살라는
이젠 팽개쳐져 아무것도
가늠치 못하는 녹슨 저울에게
지청구 한토막 듣는다
* 그네
아직도 시골에 계신 70평생의 아버지께서는 저울로 무게를 재고 계신다.
정확히 눈금하나하나를 보시면서...
특히 약재나 고추의 무게를 잴때가 그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 커다란 자루도 거뜬히 올리는 ...
어렸을때 그게 너무나 하고 싶어서 일부러 무게를 재어 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균형이 맞을라 치면 기우뚱 한 곳으로 기울어 지고
맨질맨질한 밤색의 저울대는 영락없이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어느 날 정확히 무게를 맞추고 균형을 아루어 냈을때의 그 희열감.
아직도 그러고 계실 아버님.
추의 무게만큼이나 세월도 함께 늘어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