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매미 [문동만]
초록느낌
2009. 9. 3. 17:05
숫매미 우는 소리에 새벽잠을 뒤척였더니
아이들이 매미를 잡겠다고 잠자리채 들고 촐랑거린다
일곱 해를 굼벵이로 꿈틀거리다 스무 날만 날개를 달고 사는 매미
숫매미가 구애를 하느라 꽁무니를 들썩일 때마다
정점에서 푸르른 이파리들이 부르르 떤다
왕왕대는 그 울음이 귀찮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여 나는 실하고 쎅시한 암매미가 어디 있는가
둘러도 보고 저 원기왕성한 울음이 어서 그치기를
실눈 뜨고 기다린다
접붙는 매미를 잡으면 꿀밤이다 인석들아, 한다
그 찰나의 시간이 온 생의 정점이구나, 한다
그렇다고 아직 끝나지 않은
내 구애도 어디서 맨울음을 울기도 할 텐데, 한다
그러고는 늦여름의 깊은 그늘 속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돌연 매미 울음이 그친다
잠은 달아나고 내 뒤꽁무니가 씰룩씰룩 들썩이기 시작한다
*시집/그네/창비
아직도 여름이 가지 않은 것인가.
매미소리가 숲을 울린다.
밤마다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에 답장이라도 하듯이
아침해가 밝기가 무섭게 울어예는 매미소리가 한낮을 더 뜨겁게 한다.
아직도 여름이 아쉬운가 보다
일곱해를 굼벵이로 살다가 스무날만 산다는 매미...
그래서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소리인가?
한여름 내내 번갈아 가면서 울어제낀다.
슬픔에 겨워 짧은 생을 아쉬워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