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망령 난 봄날

초록느낌 2009. 7. 10. 16:11

 

 

 

팔순 노모 머리맡에 앉아 어설픈 응석을 부렸습니다

ㅡ어무이, 민화투나 칠까요 꽃구경이나 갈까요

ㅡ밥 줘, 밥 줘, 배고파!

밥상 물린 지 삼십 분도 채 안 되었더랬습니다

잠시 마흔 나이를 벗고 젖살 오른 일곱 살 철부지가 되어 <봄날은 간다>를 불러 봅니다

너무, 한참 늦은 응석이었습니다

그때 무명천에 칭칭 감겨 있는 노모의 말라비틀어진 젖을 보았습니다

손톱에 쥐어뜯긴 젖무덤을 보았습니다

젖 껍질마저 떼어줄 요량이었겠지요

젖을 채울 욕심으로 시도 떼도 없이 밥 달라 보챘겠지요

목구멍에, 눈동자에 뿌연 황사가 끼었습니다

ㅡ아가  아가 내 새끼, 누가 때렸냐?

ㅡ아니예요 어무이, 눈에 꽃씨가 들어갔나 봐요

ㅡ배고파, 밥 줘!

어무이, 내일은 동백꽃이 수놓인 예쁜 브래지어를 가슴에 매어 드릴게요

동백꽃처럼 활짝 피어서 멀리 마실이라도 나가자구요

 

 

 

 

 

시집/너라는 벼락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