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어머니의 여름은 위대했습니다 [오양심]
초록느낌
2009. 7. 5. 21:49
당신은 한 그루 고추나무였습니다
그 여름에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냈습니다
직선으로 타는 뙤약볕에도
폭풍을 동반한 천둥 번개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태양처럼 붉은 열매들을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고추보다 더 매운 사랑으로
가족을 무사히 지켜냈습니다
여름의 끝은 거룩했습니다
신비로웠습니다 장엄했습니다
계절이 앞을 다투어 타 들어갈 때
당신도 불의 섭리를 따라갔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그리움입니다
기다림입니다
이 땅이 대신해 준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었습니다
빨간 고추 그 매운맛 오름이
제풀에 지쳐 찬 서리에
목을 꺾을 때
우리는 비로소 푸른 하늘을 보았습니다
*뻔득재 더굿 /서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