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고라니 [고영]

초록느낌 2009. 7. 4. 16:34

 

 

 

 

 

 

마음이 술렁거리는 밤이었다

수수깡이 울고 있었다

문득, 몹쓸 짓처럼 사람이 그리워졌다

모가지 길게 빼고

설레발로 산을 내려간다

도처에 깔린 달빛 망사를 피해

오감으로  지뢰밭 지난다

내 몸이이지만 내 몸이 아닌 네 개의 발이여

방심하지 마라

눈앞에 있는 올가미가

눈 밖에 있는 올가미를 깨운다

먼 하늘 위에서 숨통을 조여 오는

그믐달 눈꼴

언제나 몸에 달고 살던 위험이여

누군가 분명 지척에 있다

문득 몹쓸 짓처럼 한 사람이 그리워졌다

수수깡이 울고 있었다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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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는 사랑의 외로움과 그리움과 위험함이 복합으로 나타나 있다.

고라니가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을 찾아 내려가는 것처럼, 사랑은 언제나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몹쓸 짓처럼' 한 사람이 그리워지는, 그래서 결국 위험을 무릅쓰고 그 길을 가게 되는 그것이 사랑이다 .

시인의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의 복합적이고 모순된 감정들을 이처럼 짧은 시로 옮겨 놓고 있다.

이때 언어는 일반적인 연시戀詩의 특징인 단순하고 짧은 함축적인 성질을 잘 살리고 있다.

가능한 적은 언어들을 사용하여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시어의 경제성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해설 ; 문혜원 문학평론가/아주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