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이해인

초록느낌 2009. 6. 19. 14:55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