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도대체 시란 무엇인가 / 황지우
초록느낌
2009. 6. 19. 14:00
나는 시를, 당대에 대한, 당대를 위한, 당대의 유언으로 쓴다.
상기 진술은 너무 오만하다( )
위풍 당당하다( )
위험천만하다( )
천진난만하다( )
동자들은 ( )에 ○표를 쳐 주십시요.
그러나 나는 위험스러운가( )
얼마나 위험스러운가( )
과연 위험스러운가( )에 ?표 !표를 분간 못 하겠읍니다.
부재의 혐의로 나는 늘 괴로와했읍니다.
당신은 나에게 감시당하고 있는가( )
당신은 나를 감시하고 있는가( )
독자들이여 오늘 이땅의 신인은 어느 쪽인가( )
어느 쪽이어야 하는가( ) ○표 해 주시고 이 물음의 방식에도 양자택일해 주십시요.
한 시대가 가고 또 한시대가 왔지만
우리가 우리의 동시대와 맺어진 것은 악연입니다.
나는 풀려날 길이 없읍니다 도저히, 그러나,
한 시대를 감시하겠다는 사람의 외로움의 질량과 가속도와 등거리도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죄의식에 젖어 있는 시대, 혹은 죄의식도 없는 저 뻔뻔스러운 칼라 텔레비젼과 저 돈
범벅인 프로 야구와 저 피범벅인 프로 권투와 저 땀범벅인 아시아 여자 농구 선수권
대회와 그리고 그때마다의 화환과 카 퍼레이드 앞에,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