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하얀 눈위로 그렸던 안녕이라는 두 글자 /이민숙

초록느낌 2009. 6. 19. 13:24

그대가 밟고 간
발 뒤꿈치에
채였을 눈은
어디쯤에 머물러 있을까

그대 머리 위에
머물렀을 하얀 눈은
눈 속 깊은 눈물로 아롱지며
한 방울 두 방울 녹아내립니다

밤새 하늘에서
백설같이 뿌려진 눈은
벌써 녹아서 거리를 적시는데

그대가 남기고 간
발자국은 지워지지 않고
가슴에 쌓인 눈밭에는
터질듯한 하얀 눈꽃만 슬프게 내립니다

그대는 눈부신 흰 꽃에 서글픔과
소리 없이 남기고 사라졌고
하얀 눈 위로 마지막 그대 흔적이 묻힐 때

은하수 반짝이는 별 위로
하얀 입김 불어 뜨거운 눈물로
안녕이란 말을 대신했습니다

그렇게 이별은 소리 없이 다가와
소리 없이 가 버렸습니다




ㅡ시집/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천년이 흐른다 하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