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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행복 / 유치환

초록느낌 2007. 2. 25. 15:36

'행복'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 사랑하는 것은

 샤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행복하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행복이 부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