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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는 스포츠와 같아! ‘훈련’ 필요해” 본문

문학의 즐거움/독서ㅣ 논술

“읽기는 스포츠와 같아! ‘훈련’ 필요해”

초록느낌 2011. 6. 21. 21:50

임성미씨가 풀어주는 독서에 대한 궁금증
“독서는 스포츠와 똑같아요. 박지성 선수가 축구를 잘하는 건 혹독한 훈련을 했기 때문이죠. 이때 자기 포지션 훈련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기초체력을 닦기 위해서 여러 가지 훈련을 다 하죠.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훈련이 필요하고, 여러 분야에서 기초체력을 닦아둔 다음에 자기 분야를 찾아가야 합니다. 중·고교 시절은 기초체력을 닦는 시기이고요.” 

독서교육전문가 임성미(사진)씨의 설명이다. 임씨는 “누구나 읽는 게 쉬운 건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읽기를 잘하기 위해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 성격유형별로 독서법을 찾아볼 때는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임씨를 통해 독서와 관련한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독서에서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학생이 성격유형 검사를 하고, 자신한테 맞는 훈련방법도 알아봤다. 여러 가지 성격 유형이 나오던데 실제로 독서를 어려워하는 성격유형이 있나? 
“일반적으로 내향보다는 외향이 독서와 덜 친하다. 외향은 밖으로 에너지가 나가는 유형이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고 활동적이다. 그렇다고 외향이 모든 읽기자료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엠비티아이(MBTI) 성격유형과 독자의 심리적 성향의 관계’라는 논문을 쓰면서 알게 됐는데 외향형의 사람들은 ‘잡지’를 좋아하더라. 눈이 가는 다채로운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대체로 그런 특성이 있으니까 외향적이면서 독서에 취미를 못 붙였다면 관심 있는 분야의 잡지를 구독해보고 읽기에 흥미를 가져봤으면 좋겠다.” 

-이렇게 성격유형별로 독서법을 찾을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반드시 내향이라고 책과 친하고, 외향이라고 책과 안 친한 건 아니다. ‘너는 이러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고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거다. 사람마다 어떤 성격 유형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특정한 독서방법을 대입하는 게 옳은 건 아니다. ‘나는 외향이니까 책이랑 안 친해’라고 낙인을 찍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성격유형별로 독서법을 찾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왕이면 자기 장점을 잘 살려서 책을 읽어보자는 거다.
흔히 ‘책을 좋아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말을 많이 하는데 기본적으로 독서 습관이 잘 형성되지 않은 건 성격 때문이 아니다. 어릴 때 습관이 잘 안 들여져서, 흥미를 못 느껴서 등 여러 원인이 있다. 성격과 상관없이 훈련이 중요하다. 다만 ‘내가 왜 이렇게 책을 싫어하고 어려워할까?’라고 스스로 질문을 하면서 자기 인식을 해보는 과정은 필요하다. ” 

-책을 읽긴 읽는데 몇 장 읽다가 집중을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 습관은 어떻게 고칠 수 있나? 
“이 책 읽다가 저 책 읽다가를 반복하면서 한 권도 제대로 못 읽는 아이들이 꽤 있다. 근데 그것도 하나의 읽기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잘못됐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이것저것 보면서 정보를 통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정보를 놓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중고생들처럼 지식을 차근차근 쌓아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책을 꼼꼼하게 읽는 게 기본이다. 
이런 학생들은 의지를 갖고 독서를 해야 한다.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독서는 스포츠와 똑같다. 어렵다면 의지를 갖고 훈련해야 한다. 혼자서 집중력이 깨진다면 다른 사람과 함께 읽기를 시도해보거나 책을 토막으로 나눠 읽을 수도 있다. 애초에 읽을 양을 너무 많이 잡지 않는 게 좋다. 뭔가 하나 다 읽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나면 스스로 요령이 생길 거고, 다음에는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도 잘 보일 거다.” 

-어느 때보다 독서가 강조되고 있다. 책을 정말로 싫어하는 친구들은 간접체험이나 지식습득을 왜 굳이 책으로 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가 영상을 보면 거기 나오는 이미지들을 다 이해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그건 아니다. 그 이미지들 사이에 숨은 깊은 의미들을 다 해석하지는 못한다. 단순히 오락적으로 겉에 드러난 스토리만 본다고 치면 이해가 갈 거다. 하지만 그 사이에 숨은 상징 등을 읽으려면 독서력이 필요하다. 단편적인 지식이나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지만 깊이 있는 맥락적 이해나 상징에 대한 이해까지 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비단 영상을 볼 때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유명 화가의 작품을 본다고 치자. 그 그림의 역사·사회적 의미나 작가의 심리 등에 대해 알려면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이때 책은 깊이 있는 배경지식을 채워줄 수 있다. 
많은 미디어학자들이 소셜미디어네트워크 시대에 책읽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데 그 정보가 맞는지 틀린지를 판단하려면 ‘비판적 읽기 능력’이 요구된다. 긴 텍스트를 읽고, 주제를 뽑아내고, 그것에 대한 자기 시각을 가져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때 책은 비판적인 읽기 훈련을 시켜주는 가장 좋은 매체다. ” 

-판타지나 인터넷 소설에 빠져 지내는 등 독서편식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어떤 충고를 해야 하나? 
“아무래도 감각적인 면이 많으니까 재미가 있을 거다. 독서의 기능 가운데 현실을 잊게 해주는 오락적 기능도 물론 필요하다. 근데 중학생이라면 스스로 독자로서의 인식을 해야 한다. 책의 질적인 부분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돈이 있는 입장이라면 10만원짜리 그림이랑 1만원짜리 그림 가운데 무엇을 살까? 한 해 동안 루브르 박물관에 수천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다. 좋은 미술품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거다. 
책에도 질이 있다. 질적으로 가치 있는 책이 있다는 걸 알고 신중하게 선택했으면 좋겠다. 중학생 정도 됐으면 책은 선택이 아니고 정말 중요한 필수요소로 인식을 해야 한다. 스스로 자신이 과연 어떤 독자인가를 열심히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독서습관을 세워야 하는 중학생들 가운데에는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고 묻는 학생들도 많다. 
“주변에 멘토가 될 만한 사람한테 무슨 책을 읽으면 좋겠느냐고 많이 물어봐라. 가능하면 쉬우면서 깊이가 있는 책부터 시작하면 좋다. 읽기가 서툰 친구라면 텍스트가 짧은 책부터 읽는 게 좋다. 이때 혼자보다는 선생님, 멘토 등과 함께 읽으면서 책의 가치를 깨달아가고, 생각을 나누면 좋다. 그러면서 난이도를 점점 높여가면 기초체력이 길러질 거다. ”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