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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가을 창가 - 문태준

초록느낌 2010. 10. 14. 15:54

 

 

 

 

 

 

 

 

 

 

늦은 저녁밥을 먹고 어제처럼 바닥에 등짝을 대고 누워 몸을 이리저리 뒤집었다

 

산굽이처럼 몸을 휘게 해 둥글게 말았다 똥을 누고 와 하던 대로 다시 누웠다

 

박처럼 매끈하고 따분했다 그러다 무심결에 창가에 무릎을 모으고 앉았다

 

천천히 목을 빼 들어올렸다 풀벌레 소리가 왔다

 

가을의 설계자들이 왔다

 

저기서 이쪽으로, 내 귀뿌리에 누군가 풀벌레 소리를 확, 쏟아부었다

 

쏟아붓는 물에 나는 흥건하게 갇혀 아, 틈이 없다

 

밤이 깊어지자 나를 점점 세게 끌어당기더니 물긋물긋한 풀발 깊숙한 데로 끌고 갔다

 

 

 

 

 

 

 

 

-풀잎은 공중에 글을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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