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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빨래를 하십시오. /이해인

초록느낌 2009. 6. 19. 14:45

 

 

 

우울한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맑은 물이

소리내며 튕겨울리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밝아진답니다

애인이 그리운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물 속에 흔들리는

그의 얼굴이

자꾸만 웃을 거예요.

기도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몇차례 빨래를 헹구어내는

기다림의 순간을 사랑하다 보면

저절로 기도가 된답니다.

누구를 용서하기 힘든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비누가 부서지며 풍기는

향기를 맡으며

마음은 문득 넓어지고

그래서 행복할 거예요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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