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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밤은 슬프다 / 박금숙 본문

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신록의 밤은 슬프다 / 박금숙

초록느낌 2009. 6. 19. 14:38

 

 

 

신록의 밤은 슬프다


한낮 이글거리던 푸른 눈빛들
순식간 어둠 속에 숨어 버린
검푸른 밤은
알 수 없는 슬픔을 동반한다.

곁에 있던 사람
홀연 떠나 버린 것처럼
달빛 한 줌 스며들 틈 없는
적막한 형상들
앞 못 보는 가슴앓이로
신열을 토해낸다.

잔주름 같은 바람에도
오싹 한기가 돌고
나지막이 열린 귀는
짐승들 울음소리 가득하다.

소쩍새 암수 번갈아 가며
서로 위치를 확인하는 소리
청개구리 어미의 혼을 달래는 소리
풀벌레 쓰릿쓰릿 가슴 시린 소리

울어야 할 것들만 소리를 내는
신록의 밤은 푸릇푸릇
알 수 없는 슬픔이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