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Tags
- 추억이라는 말에서는 /이향아
- 하늘/김춘수
- 하얀눈위로그렸던안녕이라는두글자/이민숙
- 효과적인 시간 활용팁
- 흔들리며 사랑하며 / 이 정 하
- 시사랑
- 폭풍 /정호승
-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 안 도 현
- 희망에게 / 이해인
- 행복을 적는 노트 /윤보영
- 첫사랑 / 류시화
- 갈대 존재의 이유
- 커피/윤보영
- 희망에 바치는 송가 / 파블로 네루다
- 흔들리며 사랑하며 / 이정하
- 이해인
- 풍접초 / 강은령
- 하품하는 책 / 유홍준
- 태양의 잎사귀들 - 최정례
- 곽재구
- 효과적인 공부 방법
- 훈민정음의 우수성
- 김윤자
- 한가위 / 최광림
-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 / 용혜원
- 초록꽃나무
- 도종환
- 편지 / 문정희
- 편지지와 편지봉투 / 오규원
- 함께 걸어줄 당신이 그리운날에.../ 김수현
Archives
- Today
- Total
열린 공간
겨울날의 동화 / 류시화 본문
1969년 겨울, 일월 십일 아침, 여덟시가 조금 지날
무렵이었다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그리고
마당 가득 눈이 내렸다
내가 아직 이불 속에 있는데
엄마가 나를 소리쳐 불렀다
눈이 이렇게 많이 왔는데 넌 아직도
잠만 자고 있니! 나는 눈을 부비며 마당으로 나왔다
난 이제 열살이었다 버릇 없는 새들이 담장 위에서
내가 늦잠을 잔 걸 갖고 입방아를 찧어댔다
외박 전문가인 지빠귀새는 내 눈길을 피하려고
일부러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눈은 이미 그쳤지만
신발과 지붕들이 눈에 덮여 있었다
나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를 걸어 집 뒤의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곳에
붉은 열매들이 있었다
가시나무에 매달린 붉은 열매들
그때 내 발자국소리를 듣고
가시나무에 앉은 텃새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그때 난 갑자기
어떤 걸 알아 버렸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것이 내 생각 속으로 들어왔다 내 삶을
지배하게 될 어떤 것이, 작은 붉은 열매와도 같은
어떤 것이 나를, 내 생각을 사로잡아 버렸다
그후로 오랫동안
나는 겨울의 마른 열매들처럼
바람 하나에도 부스럭거려야 했다
언덕 위에서는 멀리
저수지가 보였다 저수지는 얼고 그 위에
하얗게 눈이 덮여 있었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저 붉은 잎들 좀 봐, 바람에 날려가는! 저수지 위에 흩날리는
붉은 잎들! 흰 눈과 함께 붉은 잎들이
어디론가 날려가고 있었다 그것들은 그해 겨울의
마지막 남은 나뭇잎들이었다
*류시화시집/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문학의 즐거움 > 시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억이라는 말에서는 /이향아 (0) | 2009.06.19 |
---|---|
마음의 달 / 천양희 (0) | 2009.06.19 |
따뜻한 편지 / 곽 재 구 (0) | 2009.06.19 |
희망에게 / 이해인 (0) | 2009.06.19 |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 정호승 (0) | 2009.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