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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전화를 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 류시화

초록느낌 2009. 6. 19. 14:18

 

 

 


당신은 마치 외로운 새 같다 긴 말을 늘어놓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당신은 한겨울의 저수지에 가 보았는가 그곳에는
침묵이 있다
억새풀 줄기에
마지막 집을 짓는 곤충의 눈에도 침묵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침묵은 다르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법
누구도 요구할 수 없는 삶
그렇다, 나 또한 갑자기 어떤
깨달음을 얻곤 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정작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라, 당신도 한때 사랑을 했었다 그때
당신은 머리 속에 불이 났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외롭다
당신은 생의 저편에 서 있다
그 그림자가 지평선을 넘어 전화선을 타고
내 집 지붕 위에 길게 드리워진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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